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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 수술 에이전시 "트렌스젠더 인권, 한국 최하위"

입력 2020.02.22. 10:00 댓글 0개
변희수·숙대 합격생 이후 '트랜스젠더 인권' 떠올라
성 정체성 위해 태국 가 수술…귀국까지 21일 걸려
왕복 비행기 티켓·현지 숙소·수술비 등 총 2000만원
"트랜스젠더 대부분 우울증…성전환 수술후 없어져"
"수술후에도 일자리 찾기 어려워…차별금지법 필요"
[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성전환(남→여) 수술 이후 숙명여대에 최종합격한 트랜스젠더 A(22)씨가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19.02.03. (사진 = 방송사 인터뷰 영상 갈무리)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가서 죽으면 안 되는데'와 같은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아요. 트렌스젠더들에게 성전환 수술은 인생의 전부예요. 두려움이 있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수술을 결심하는 거죠."

최근 성전환(남→여) 수술 이후 '여군 재복무'를 요청한 변희수(22) 전 육군 하사와 숙명여대 최종합격 이후 쏟아지는 혐오·비난성 발언에 결국 입학을 포기한 트랜스젠더 A(22)씨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한국사회에서의 트랜스젠더 인권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변 전 하사, A씨와 같은 이들은 "한국에서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20년 전과 비교해봐도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만난 트랜스젠더 에이전시 관계자 B씨 역시 이 같은 주장에 동감했다. B씨는 국내 트랜스젠더들의 원활한 성전환 수술을 위해 이들을 태국 병원들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트랜스젠더들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에도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까지 수술 상담을 위해 방문한 트랜스젠더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한국사회에서 이들의 위치나 인권은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B씨는 "수술 상담을 하면서 위험성 등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에이전시에서는 수술로 인한 후유증에 대해 사전에 고지를 하고 태국에서도 의사들이 수술 전에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환자가 "후회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국내 트랜스젠더들이 한국이 아닌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는 이유는 '태국이 전 세계에서 성전환 수술을 가장 잘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의료진의 경험도 많고, 수술 결과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받을 때보다 더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01.22. khkim@newsis.com

성전환 수술은 신체적인 부담 이외에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다. 에이전시를 거쳐 수술을 진행할 경우 태국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 티켓과 현지 숙소, 식비, 수술비 등을 모두 합쳐 약 20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까지 필요한 기간은 약 3주 정도다.

이와 같은 부담이 있음에도 트랜스젠더들이 수술을 결심하는 이유는 성 정체성을 되찾는 것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트랜스젠더 대부분이 성전환 수술 전까지 우울증과 조울증 등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트랜스젠더들은 평생을 본인이 다른 성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만큼 대다수가 우울증을 겪는다"며 "성전환 수술을 받고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우울증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트랜스젠더들이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과 태국 병원의 '성전환증 F64.0'과 같은 정신과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에 따르면 F64.0은 '자신이 반대의 성을 갖기를 원하고 그 일원으로 생활하기를 갈망해 해부학적인 성을 불편하고 부적당하게 생각하며, 그 신념에 일치하는 성을 갖기 위해 외과수술이나 호르몬 처치를 원하는 경우'에 발급된다.

B씨는 "가벼운 우울증 정도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심각한 우울증이나 극단적 선택 위험군 등으로 분류되면 우울증부터 치료한 다음에 진단서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로 6개월에 걸쳐 우울증을 먼저 치료한 뒤 진단서를 받는 경우도 봤다"고 전했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 수술을 받고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차별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의 경우, 아무리 수술을 받았어도 남성의 기본 골격이나 손·발 크기 등은 어떻게 할 수 없다.

B씨는 "성전환 수술 이후 또 5000만원~1억원을 들여 성형수술을 받아도 어깨 넓이나 손·발 크기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바로 알아본다"며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일단 불러서 머리부터 발 끝까지 훑어보고 결국 채용하지 않는 점주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술집이나 조건만남 등 안 좋은 길로 빠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성전환 수술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트랜스젠더들이 '여성 위주'가 아닌 포괄적인 성(젠더)을 아우르는 차별금지법의 통과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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