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사람은 국방의 의무를 질 수 없는 것일까. 만일 이런 성전환 남성이 "나는 꼭 군복무를 하고 싶다. 진짜 사나이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병무청이 17일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한 병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은 징병검사 없이 병역의무를 면제받는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이 정정된 사람,즉 공식적으로 성전환이 확인된 사람이 대상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병역의무를 면제해줘야 형평성에 맞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병무청 기록을 보면 지금까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 중 병역의무가 면제돼 제2국민역 판정을 받은 사람은 2006년 3명,2007년 2명,2008년 2명,올해 3명 등 모두 10명이 있었다.

문제는 남성 성전환자들의 자원 입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번 개정안이 위헌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일 남성 성전환자가 '진짜 사나이가 되겠다'며 자원 입대 복무신청을 한다면 병무청이 개정안만을 내세워 거부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이 여군에 지원하는 경우에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동일한 사례는 아니지만 대법원은 지난 10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사람을 여성으로 봐야 한다고 판례를 바꿨다. 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해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었다. 법조계는 염색체가 남성이라도 성장 과정,성 정체성,성 전환 수술 등 후천적인 영향을 감안해 부녀자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사람도 남자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남성 성전환자가 이 판례를 근거로 군입대를 고집하면서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병무청은 장병 간 단합을 위해 성전환자의 병역을 면제해주는 게 상식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이 대법원에서 여성성을 인정받는 요즘 병무청의 입장이 합헌적인 판단은 아닐 수도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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