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 민중의소리 검색보기 댓글보기 [만민보] “트랜스젠더는 밖에서 물도 못 마셔요, 화장실 갈까 봐”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2 더보기 * 뉴스 전체기사 정치 사회 경제 민족 국제 문화 연예 스포츠 IT·과학 사설·칼럼 * 인터랙티브 이슈탐구 타임라인 그래프뉴스 인터랙티브 인터뷰 인터랙티브 기획 * 섹션페이지 오피니언 VOP Star 만민보 * 멀티미디어 만화만평 동영상 포토 방송 검색 ____________________ (BUTTON) 취소 사회 [만민보] “트랜스젠더는 밖에서 물도 못 마셔요, 화장실 갈까 봐” 최초의 ‘트랜스젠더 국회의원’ 꿈꾼 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인권 특별위원장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20-03-09 13:38:46 수정 2020-03-09 13:45:47 이 기사는 번 공유됐습니다 없음 최초의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을 꿈꾼 임푸른(37) 정의당 트랜스젠더 인권 특별위원장을 지난 4일 만났다. “죄송한데…트랜스젠더 당사자를 처음 뵀어요” 대뜸 고백부터 했다. 무지해서 무례한 질문을 하면 혼내달라는, 비겁한 ‘연막 치기’였다.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괜찮아요, 여기 당사자가 둘이나 있어요” 비트랜스젠더에게 보이지 않았을 뿐, 같은 공간에 푸른 씨와 그의 선본 활동을 하는 주예린 씨까지 두 명의 트랜스젠더가 있었다. 푸른 씨는 “투명인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라며 비례대표 경선에 나섰다.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 숙대 입학을 포기한 A 씨. 투명인간처럼 살던 이들이 최근 가시화되자 ‘투명 샌드백 때리기’가 시작됐다. ‘화장실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남성의 몸으로 기득권을 누렸다’, ‘여성성을 강화한다’ 등 허상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여자 화장실도, 남자 화장실도 들어가지 못해 밖에선 커피 한잔 편히 마시지 못하는 이들의 현실은 외면됐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으로 꼽히는 국회에 푸른 씨는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라고 자평했다. 지난 6일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결과 그는 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명단에 오른 청년 후보보다 두 배 가까운 당원 표를 얻었다. 오랜 기간 당사자들과 부대끼며, 당 강령처럼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한 그의 경력이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푸른 씨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는 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 인권 특별위원장 지난 4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는 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 인권 특별위원장ⓒ임푸른 “내 몸은 여성도, 남성도 아니었다” “내 모습 자체가 탈코르셋” 푸른 씨가 태어나면서 지정받은 성별은 남성이다. 하지만 그의 성 정체성은 남성이 아니다. 성별 불일치를 느낀 건 2차 성징이 시작되던 중학생 때였다. 그는 자신의 몸이 수업 시간에 알려준 여자의 몸, 남자의 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유치원도 가기 전에 희귀성 소아암을 앓아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어요. 호르몬 교란이 왔나 모르겠지만 (여성과 남성의) 중간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세상이 여성과 남성 둘로만 나뉜 건 아니구나, 제 몸을 통해 실감했죠. 제 고향은 충남 아산인데, 집이 온양 온천과 가까워서 목욕가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그때(중학교 시절)부터 목욕탕을 가지 않았어요. 제 몸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느낌이었어요” 이런 생각을 말했을 때 돌아올 반응이 두려워 그는 대학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마음을 닫은 채 살았다. 푸른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여성복을 입어봤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여자친구의 권유였다. “(여성복이) 저한테 잘 어울리고 편했어요. 그때쯤 취업을 해서 낮에는 남성 복장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밤엔 여성 복장으로 친구들과 어울렸어요. 여성복을 자주 입다 보니 짧은 머리에 정장을 입어도 티가 났나 봐요. 직장 상사가 대놓고 말은 안 하고 다른 식으로 괴롭혔어요. 참다 참다 집에 커밍아웃하고 직장을 그만뒀어요” 트랜스 가시화의 날을 맞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사에 참여한 임푸른 씨 트랜스 가시화의 날을 맞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사에 참여한 임푸른 씨ⓒ임푸른 그렇다고 푸른 씨가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건 아니다. 그는 논바이너리(non-binary) 트랜스젠더로 젠더퀴어다.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에 속하지 않는다고 정체화한 것이다. 인터섹스(intersex) 당사자들을 만나며 더욱 확신이 들었다. 인터섹스는 성염색체, 성기 등 선천적인 신체특징으로 여성 혹은 남성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다. 성염색체가 XX 또는 XY의 형태가 아닌 경우, 성기가 양쪽 다 있는 경우 등이다. “저는 성별에 한정된다기보다 성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인터섹스일 수도 있어요. 호르몬으로 인해 성별이 불분명한 사람도 넓게 보면 인터섹스니까요. 여태까지 인터섹스는 장애로 여겨져 아기 때 어느 한 성별에 맞춰 수술 당했어요. 성별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긴 거죠.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권리를 빼앗겼어요. 단지 남성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으로 태어났다고 남성의 역할을 강요받고 있잖아요”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푸른 씨가 여성복을 입는 이유는 뭘까. “여자 옷을 입어 편했다기보다 남성성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해방된다는 느낌 때문에 좋았어요. 누구나 비슷한 상황이 있잖아요. 자신은 여성이지만 때론 ‘남성적’인 면도 있는데 여성성을 강요받는다면 기분이 상하잖아요. 성별은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관념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옷은 저란 사람을 표현하는 장치 중 하나일 뿐이죠”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푸른 씨는 자신의 모습 자체가 ‘탈코르셋’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성들은 화장, 날씬한 몸매, 긴 머리, 짧은 치마 등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여성스러움에서 벗어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게 부여된 남성성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려고 해요. 탈코 운동도 성 역할에서 벗어나자는 취지잖아요. 트랜스젠더는 성별 역할에서 벗어나는 존재라는 점에서 탈코 운동의 궤를 같이하고 있어요. (트랜스젠더가) 여성성을 침범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오해에요” 트랜스젠더가 코르셋을 강화한다는 비판에 푸른 씨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인증을 요구받는 게 트랜스젠더의 삶이에요. 트랜스여성이어도 치마보다 바지가 더 좋을 수 있고, 축구를 좋아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여자라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요. 오히려 트랜스젠더들은 코르셋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이들이 코르셋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전환 수술을 꼭 해야 할까요” 성별 정정에 수술 강제하는 한국 수천만 원 수술비 없어 빈곤의 악순환 빠져 “숙대 입학 포기한 A 씨는 그나마 환경이 좋은 편” 푸른 씨는 비수술 트랜스젠더다. 정신과 진단, 호르몬 치료, 외과 수술 등 어떤 의료 조처도 받지 않은 상태다. 그의 법적 성별이 남성인 이유다. “수술을 꼭 해야 하나요?”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이다. 한국 사회는 성별 정정의 전제 조건으로 성전환 수술을 요구한다. 이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지는 근본 원인이다. 수천만 원의 수술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이들은 지정 성별과 성별표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됐다.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무지개 평등 피켓을 들고 걷고 있다.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무지개 평등 피켓을 들고 걷고 있다.ⓒ김철수 기자 성별 이분법적 사회에서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은 상상을 초월했다. “화장실, 목욕탕, 탈의실처럼 성별 분리공간에 들어갈 수 없어요. 화장실 문제가 제일 크죠. 제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경범죄래요. 그런데 이 모습으로 남자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상당수 트렌스젠더는 밖에서 음료수도 잘 안 마셔요. 화장실 가는 상황 자체를 만들고 싶지 않은 거죠” “트랜스젠더는 성별 분리공간에 가지 않아요. 오히려 두려워하죠” 푸른 씨는 ‘남성의 신체로 살며 특권을 누려왔다’, ‘여자 화장실에서 범죄를 저지른다’ 등의 주장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시스젠더(cisgender,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트렌스젠더 반대말) 중에 범죄자가 많은데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지 않잖아요. 지나친 일반화죠. 이 문제에 있어 트랜스젠더는 피해자였으면 피해자지 남성 권력을 누렸다는 건 사실이 아니에요” 이들에게 커밍아웃은 선택이 아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순간 커밍아웃을 안 할 수 없게 되죠. 성별 표기가 돼 있잖아요. 트랜스젠더들은 성폭력 당해도 신고도 못 해요. 신고하면 커밍아웃해야 하니까요. 경찰의 몰이해로 오히려 피해자가 취조받는 상황도 많아요. 동성애자는 일상에서 커밍아웃을 안 한다는 선택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사회 전반에서 아웃팅 될 수밖에 없어요” 커밍아웃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가족과 분리된다. “가족에게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직장을 그만두면서 도저히 얼굴 보고 말할 자신이 없어서 편지를 남기고 잠적했어요. 아버지가 편지를 태워버리셨다고 하더라고요. (커밍아웃 이후에도 가족과 교류하는) 저처럼 운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아요. 청소년기나 사회 초년생에 분리되면 굉장히 힘든 상황이죠. 월세·보증금이 없으니 쉼터에 가야 하는데, 성별로 나뉜 탓에 어디도 들어갈 수 없어요” 임푸른 씨는 충남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조직해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2019년 5월 17일 충남 최초로 평등행진을 했다. 임푸른 씨는 충남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조직해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2019년 5월 17일 충남 최초로 평등행진을 했다.ⓒ임푸른 이들은 한참을 뒤처진 출발선에 서 있다. 성별 정정을 안 하면 취업이 어려운 탓이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에 가면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안 봐요. 너무 불편하고 어렵게만 생각하죠. 능력은 중요하지 않은 거죠. 직장 내 괴롭힘도 극심해 많이들 그만두죠. 신분증을 보여주면 취직하기 어려워 대부분 일용직, 비정규직이에요. 트랜스젠더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이유도 여깄어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의 문제죠” 이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거도 직장도 불안하니 호르몬 치료조차 지속하기 어려워요. 외과 수술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하죠. 성별 정정 조건으로 수술을 요구하면서 의료보험체계에 포함하지 않아 비용을 모두 개인 책임으로 미루고 있어요. 이건 폭력이죠. 결국, 취업을 못 해 수술을 못 하고, 성별 정정을 못 하게 되죠. 성별 정정을 안 하면 취업을 못 하고, 돈을 못 벌게 되는 악순환이에요” 숙대 입학을 포기한 A 씨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에 비해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푸른 씨는 말했다. “그 나이(20대 초반)에 수술하고 성별 정정까지 다 하기 쉽지 않아요. 집에서 A 씨를 받아들이고 살고 싶은 방향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많은 사람이) 그게 안 돼서 혼자 아등바등 30대까지 돈 모아서 수술하는 게 현실이에요. 수술 이후 경력단절 문제도 심각해요. 성별 정정하고 자기 분야로 돌아가기 어려워요. 30대에 다른 분야 찾기도 힘들죠”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은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A하사에 대해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날 전역을 결정했다. 2020.1.22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은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A하사에 대해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날 전역을 결정했다. 2020.1.22ⓒ뉴스1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 A 씨 숙대 입학 포기 사건에 대해 푸른 씨는 “트랜스젠더의 노동권과 교육권이 박탈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두 분에게 너무 감사해요.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트랜스젠더 가시화에) 대단한 역할을 했어요. 저의 출마 계기기도 해요. 트랜스젠더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받는 현실이 알려졌으니 정치권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놔야 해요” 사건 보도 과정에서 트랜스젠더와 여성의 인권이 충돌하는 것처럼 비추어져 안타까웠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숙대 일부 재학생들이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A 씨의 입학을 반대한 데 대해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게 아니에요. 트랜스젠더를 잘 모르니까 공포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히는 인권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죠. 본인 문제에 대한 이해도는 뛰어나지만 다른 소수자 이해도는 부족해서 혐오가 발생한 거죠”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학교 측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 이 문제를 토론했다면 어땠을까요. 화장실이 불편하다면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할 수도 있었겠죠. 교육제도에서 소수자 대응 역량이 부족했어요. 사회·제도적 문제로 접근해야지 어느 한쪽의 의견을 묵살하고 배제하는 식의 해결은 이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본 거죠. 이 사건이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을 앞세워 걷고 있다. 2019.06.01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제 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퀴어축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대형 무지개 깃발을 앞세워 걷고 있다. 2019.06.01ⓒ김철수 기자 온갖 차별과 혐오에 트랜스젠더들이 죽고 있다.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의 건강 연구’(고려대 보건과학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40%가 자살시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울증 앓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없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예요.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보다 주변의 차별과 혐오로 인한 스트레스, 삶의 불안정성이 원인이죠. 살기 어려우니까 운동역량 만들기도 쉽지 않아요” 매년 11월 20일은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이다. 트랜스젠더들이 자살 당하는 현실을 가시화하자는 취지다. 지난해 추모의 날 구호는 ‘그만 죽여라. 우리도 살고 싶다’였다. “극단적 선택을 한 분들이 심약하다거나 정신질환이 있다고 여겨 개별 심리 치료로 접근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 처하면 누구도 자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출발선 자체가 뒤처진 현실을 바꿔야 해요” “수술 요구 않는 유럽식 성별정정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작이다” ‘성별 정정 법제화’는 푸른 씨의 절실함이 담긴 공약이다. 우리나라의 성별 정정은 대법원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등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예규 등은 성별 정정을 위해 ‘외부성기형성수술을 받았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성전환 수술을 요구하지 않는 유럽식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트랜스젠더를 병리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지적은 이를 뒷받침한다. “유럽은 정신과 진단 이후 그 사람의 성별 정체성대로 1~2년 살 수 있게 해줘요. 그게 정서적으로 맞고 주변인과의 관계에서 더 좋다면 성별 정정을 해줘요. 그런데 우리는 정서적인 것들을 무시한 채 오로지 수술 여부, 부모 동의 여부를 따지잖아요. 억압적이고 폭력적이죠. WHO에서 병리적 시선이 담긴 ‘성별위화감’을 ‘성별불일치’라는 사실 그 자체로 변경했잖아요. 의료계 전문가들도 인정한 거죠”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2019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에서 참석자들이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10.19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2019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에서 참석자들이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19.10.19ⓒ김철수 기자 푸른 씨의 1호 공약이었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별 정정 법제화로 가는 길은 더 빨라진다. “차별금지법은 소수자가 행복하게 사는 첫걸음이에요. 누구든 소수자가 될 수 있어요.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될 수도, 다른 나라에서 이주민이 될 수도, 정체성을 깨달아 성소수자가 될 수도 있어요. 각자의 차별 사유는 다양한데,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장애인이 장애 하나만으로 차별받는 건 아닌 것처럼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선언적 의미로서 기능한다.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지역인권조례가 탄탄해져 관련 기구가 차별 실태 조사를 실시할 수 있어요. 구제 조처에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거죠. 성소수자 차별 실태는 2014년 인권위 조사가 끝이에요. 입법 활동에도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성적지향으로 차별해선 안 되는데, 트랜스젠더는 성별 정정 특별법이 없어 차별받고 있다는 식이죠” 실정법의 역할도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예시로 말할 수 있어요. 장애인 당사자가 놀이공원에서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데도 직원에게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법원에서 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차별사례라고 판결했어요. 저상버스 도입의 계기도 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상황이 차별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어요” “정의당, 비례할당 아쉬워” “비례 10번 안에 전문가 소수자 배치했어야” 경선 끝나도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세상’ 위해” 푸른 씨는 정의당에 “고맙다”라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일을 그만두고 힘들어하던 그에게 충남도당 총무국장을 제안했다. “정기적으로 일할 기회를 줘서 감사했어요. 그에 보답하기 위해 정의당 가치에 맞는 활동을 하려고 해요” 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 인권특별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2020.2.21 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 인권특별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2020.2.21ⓒ뉴스1 당에 대한 애정만큼 푸른 씨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의당인 만큼 비례대표 10번까지 전문가 소수자들을 배치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쟁명부에) 청년을 20%, 장애인을 10% 의무배정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연동형의 취지는 정당에 대한 민심을 반영해 비례성을 높이자는 거잖아요. 소수자로서 소수자 의제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비례대표가 돼야 하는 거죠” “청년,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환경전문가, 해고 노동자, 직장 갑질 피해자 등 전문성은 있지만 자산·명성이 없어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사람들이 (비례대표 10번 안에) 들어갔어야 해요. 이들의 역할이 국회의원으로서 가치 있다고 생각된다면 굳이 (연동형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죠. 눈으로 보는 순간 깨닫는 거죠. 정의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어요. 정의당도 계파 정치에서 자유롭지 않아요” 경선은 끝났지만 푸른 씨의 활동은 계속된다. “단체 활동과 당 활동을 병행하며 제 영역을 확장해나갈 거에요. 출마라는 형태로 소수자 문제를 가시화하고 사회적 의제로 만든 것처럼,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제가 만든 길을 누군가는 편안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첫발을 내딛어본 셈이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바뀌잖아요” 푸른 씨의 소원은 정의당 강령처럼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인권 특별위원장은 오랜 시간 당사자들의 곁을 지킨 활동가다. 그는 2012년 ‘네트워크 포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성별 정정 등을 지원했다. 가장 오래된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현재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팀장을 맞기 전에도 그는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 인터섹스 당사자 모임 ‘나선’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했다. 자신의 고향인 충남에서 푸른 씨는 소수자 운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정의당 충남도당에서 상근하며 성소수자위원회를 만들었다. 2018년 충남인권조례가 폐지 위기에 처했을 때 충남인권조례지키기공동행동에 참여해 재제정을 이뤄냈다. 이후 충남인권행동 세력을 바탕으로 충남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조직해 소수자 운동의 구심점을 만들어냈다.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인 지난해 5월 17일 충남에서 최초로 평등행진을 했다. [photo.png] 강석영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많이 읽은 뉴스 IFRAME: /templates/ad_2015/mklaud_mobile.html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URL 복사 https://www.vop.co.kr/A00001473192.html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닫기 라이브리 댓글 작성을 위해 JavaScript를 활성화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