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ON) 이전 기사보기 (BUTTON) 다음 기사보기 인터넷월요신문 트랜스젠더, 갈 곳 없는 그들의 인권 (BUTTON) 바로가기 (BUTTON) 복사하기 (down) 본문 글씨 줄이기 (up)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 * 월요기획 트랜스젠더, 갈 곳 없는 그들의 인권 * 기자명 김미화 기자 -- (BUTTON) 닫기 “트랜스젠더의 실질적인 삶 고려 못하는 병무청의 태도, 인권 침해적”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트랜스젠더들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영화·TV·공연 등 매체를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과거와 달리 많이 개선 됐지만 아직까지 병역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인권의 현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나아가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한 성을 누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짚어본다. ▲ 지난 7월 23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인권침해, 자의적 판단, 트랜스젠더에 대한 위법한 병역면제 취소 규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성 주체성 장애’ 트랜스젠더, 9년 만에 병역면제취소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위한 노력이 부재한 한국 사회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생물학적 성과 심리적·사회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보통 생물학적 성은 여성이지만 본인을 남성으로 인식하거나 생물학적 남성이지만 본인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사람을 이르는 맥락에서 쓰여 왔다. 트랜스젠더는 과거에는 법적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성 정체성을 사적 영역으로 보고 개인의 선택권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트랜스젠더 문제를 알려 트랜스젠더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 대중문화계에서 전반적인 강세를 띄고 있다. 즉,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금기가 깨져가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계에서 각광 트랜스젠더를 다룬 영화·연극·뮤지컬·TV프로그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사랑받았던 뮤지컬 ‘프리실라’는 성적 소수자들이 사회에서 겪는 좌절감과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그려내 호평받았다. 무대에서 쇼를 하는 여장 남자 세 명의 여정을 다룬 내용으로 관객들에게는 소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의 경우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샤로테의 일대기를 다뤄 자신의 성정체성을 항변하는 작품으로 흥행했다. 또 실제 트랜스젠더인 하리수씨가 주연해 개막 당시 화제를 일으켰던, 뮤지컬 ‘드랙퀸’은 화려한 여성복장을 하고 음악과 춤을 추는 남성을 지칭하는 드랙퀸 쇼 뮤지컬로 인기몰이를 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헤드윅’도 마찬가지다. 트랜스젠더의 이야기로만 두 시간 넘게 공연이 이어지지만 티켓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현실에서는 당당하지는 못해도 어디선가는 크게 소리 지르고픈 감정이,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감정을 터뜨리는 트랜스젠더의 연기에 실려 관객들의 공감을 이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내면에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이힐’은 한국 상업영화에서도 스타급 배우와 감독이 성소수자를 작품의 주요한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영화는 “게이는 독창적이라며 주목받지만, 젠더에게는 모두가 등을 돌린다”는 대사를 통해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이 자리한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전한다. ‘하이힐’의 장진 감독은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또는 발언하지 못하는 것을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랜스젠더를 다룬 문화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지난 6월 진행된 ‘퀴어문화축제’에서는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동성애자·양성애자와 같은 성소수자들이 거리 퍼레이드를 펼쳐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대중문화의 주재료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이에 관한 대중의 마음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일 것이다. 사회적 규범을 탈피하려는 예술의 속성 상 ‘트랜스젠더’가 소재로 다뤄지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인간의 존엄성이나 보편적 인류애 등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더욱 각광받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관한 문제는 우리가 한번쯤 마주해야 할 사회적 담론이기도 하다. ▲ 지난 7월 23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인권침해, 자의적 판단, 트랜스젠더에 대한 위법한 병역면제 취소 규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면제 판정 해놓고 다시 ‘군대 가라’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이 존중받아가고 있지만 병역 문제에 있어서는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의 성명에 따르면, 9년 전 ‘성 주체성 장애’ 판정을 받고 병역감면을 받은 비수술 트랜스젠더 A씨(33)씨는 지난 6월 서울지방병무청(이하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면제취소를 통보받았다. 과거 병역기피 행위가 있었고, 현재 외형적으로 여성화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병무청은 올해 초 다른 성전환자의 병역기피 사건을 조사하던 중 9년 전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거짓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 A씨는 지난 5월 한 대학병원에서 성 주체성 장애 진단을 다시 받아 진단서와 함께 여성화를 위한 성형수술 확인서 등을 제출했지만 병무청은 “여성화가 객관적으로 증명될 때 병역 면제가 가능하다”며 결국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은 트랜스젠더의 병역처분과 관련한 문제점이 가시화 된 사례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관계자는 “최근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는 병무청이 ‘성주체성장애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비가역적인 의료 조치, 대표적으로는 고환적출술 등을 징병신체검사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신분체계에서는 성기 성형 등 의료적 조치의 ‘종착점’에 도달해야만 성별 변경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징병신체검사 때 군의관의 확인을 위해 그 자리에서 성기 노출을 요구받거나 이성에게 성적으로 끌린다는 사실을 증명해보라는 경우 등 성별정체성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들 또한 트랜스젠더의 병역면제 취소는 인권침해라는 입장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관계자는 “병무청의 행태는 트랜스젠더의 실질적인 삶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자의적이고 인권 침해적”이라며 “고환적출술을 받아야만 성주체성장애로서의 병역면제가 가능하다는 식의 관점은 의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부당하고 위헌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 ▲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슈퍼모델 최한빛은 방송에서 “군대를 생각했을 때, 남자들과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 생활이 너무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진=MBC ‘세바퀴’ 화면 캡처> 인권단체들 “행복추구권 침해” 트랜스젠더의 인권이 침해받지 못한 경우는 또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병적 증명서에 ‘성전환’이 표시되고 있어서 취업 등의 과정에서 곤란함을 겪고 있다. 성별정정은 트랜스젠더 자체를 인정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시민으로서의 권리 전반에 관련된 것이다. 특히, 트랜스젠더의 다수는 주민등록 변경이 되지 않으면 일을 하고 싶어도 한정된 직업을 선택하거나 취업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수의 트랜스젠더들은 성전환 수술비 마련과 생계 유지를 위해서 성매매를 하며 트랜스젠더바·유흥업소와 같은 열악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들은 더욱 불공정한 노동환경에 처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게 된다. 사회의 무관심과 배타성 때문에 자꾸만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열린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이 주최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보고대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바꾼 경우,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상당수였으며,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바꾼 경우, 공장에서 일하거나 가게운영 및 개인택시 운영 등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트랜스젠더는 성판매가 가진 불법성과 성별정체성을 혐오하고 재단하려는 사회에 대한 두려움으로 폭력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말하기 주저하게 된다. 피해조사를 받는 자리에서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될 두려움과, 쏟아지는 조롱과 호기심을 감당할 바에야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트랜스젠더의 상황을 악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성매매 호객행위를 하던 50대 트랜스젠더를 발로 걷어차고 돈을 빼앗는 등 트랜스젠더만을 골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10대 폭주족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10대들은 사건 조사과정에서 경찰에 “트랜스젠더가 우스웠으며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못할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는 국민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며 “성별·성적 지향 등의 문제로 부당하게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과정은 아직까지 열악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의 성매매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아 트랜스젠더들은 법적 보호를 받기도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에 들어서야 국가 기관에서 실시하는 최초의 성소수자 대상 직접조사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실태 조사’ 사업을 발주했다. 지난 5월 ‘한국 LGBTI(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주요결과 발표회’를 기획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 따르면 LGBTI 커뮤니티에 필요한 서비스로는 ‘인권 침해나 차별 구제’(45.7%), ‘법률적 지원이나 상담’(37.1%) 순으로 나타났다. 또 직장 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요청한 것은 ‘성소수자 인권 침해와 차별에 대한 구제 절차나 기구’(48.4%)이며, 중요한 정책적 이슈로 차별금지법 제정(5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트랜스젠더 인권지지기반 구축 프로젝트 기획단 관계자는 “트랜스젠더는 늘 막연한 이미지로 존재할 뿐 트랜스젠더가 구체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트랜스젠더 개개인도 트랜스젠더 네트워크와 인권단체의 부재를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가운데 트랜스젠더가 자기 권리를 온당하게 보장받기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 지난 2008년에 나온 성적소수문화환경 연분홍치마의 다큐멘터리 <3×FTM>(2008)에서 트랜스젠더들의 인권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