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부모와 정보의 왜곡
헬리콥터 부모와 정보의 왜곡
  • 김기연 경기도초등교장협의회 홍보위원장
  • 입력   2008. 06. 25   오전 :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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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은 1991년 뉴스위크지의 제만(N. Zeman)이 처음 소개한 말로 자녀의 머리 위를 빙빙 맴돌면서 감시하다가 일만 생기면 쏜살같이 내려와 참견하는 부모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녀가 다 자란 뒤에도 주변을 맴돌면서 간섭을 멈추지 않는 부모를 일컫는 신조어가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이다.
헬리콥터 부모가 생기는 이유는 핵가족으로 자녀의 수가 줄고, 부모 학력이 고학력이며 상대적으로 생활이 부유해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이 촉매제가 되어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여겨진다.
풍요로움의 결과 시간과 돈을 한 두 명인 자녀에 집중하다 보니 나타나는 신세대 부모의 문화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저마다 가정에서 왕자와 공주로 키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풍족한 관심(?)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데 있다.
요즘 일본에서도 엄마와 아들이 늘 세트로 다니는 캡슐모자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요즘 세태의 문제점을 잘 드러내는 신조어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따뜻한 온실만 있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3년 있었던 일을 가지고 30년 이야기 한다고 한다. 이것은 군대라는 경험의 보편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옛날 군대에서의 경험이 지금도 유의미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학창생활도 이와 마찬가지다. 10대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기간은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학창 시절을 경험해왔다. 그래서 학교에 대해서만은 누구나 한 마디씩은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고,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서만은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학교도 변했고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도 변했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도 변했다. 자녀들의 성장을 저해하는 종양(腫瘍) 즉, 점진적 죽음의 증상들은 초기에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특징을 깨닫는 혜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육은 카지노가 아니며 포퓰리즘의 질곡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교육관이 중요하다.
근대화 이전의 교육에 관한 괴담은 과학적 증거의 부재와 자유 언론의 부재에서 자양분을 얻었다면, 정보화 시대의 교육 괴담은 정보 과잉에서 오는 집단 패닉에 가깝다. 국가적 가치 사슬의 앞부분에 서 있어야 할 수월성 교육이 왜곡되고 굴절되는 현실에서 학교가 신뢰를 얻고 공교육에 믿음을 가질 때 교육 수요자는 자녀 교육의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
사사건건 정부정책에 대척점(對蹠點)을 설정하는 일부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민단체와 경도된 교사들의 적분에는 미숙하고 미분에만 능숙한 분열상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맛보는 학부모들의 초발심(初發心)의 자세를 건강한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했을 때 역사는 그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초등학교 학력의 촌부가 1년간 TV를 시청하면 초급대학 나온 상식을 얻는다고 한다. 인터넷과 더불어 텔레비전의 순기능이자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연구 결과다.
요즘 연일 반복되는 촛불 시위에 대한 평가는 미인 선발대회 같아서 보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수 있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위대한 횃불일 수도, 아니면 선동적 우중(愚衆) 정치의 재현일 수도 있다. 빛과 그림자가 극명한 이면에는 쓰나미처럼 밀려온 정보의 왜곡도 한 원인(遠因)과 원인(源因)이라 사료 된다.
촛불 집회에 나온 초·중·고 학생들의 정서에 보이지 않는 손과 헬리콥터 학부모에게 시사하는 바가 지대하다.

김기연 경기도초등교장협의회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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