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종이컵에 주문한 음료가 담겨 나온 모습. / 사진=이동우 기자

"카페에서 종이컵을 2개씩 겹쳐서 써도 된다고요? "

회사원 이승진씨(33)는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커피숍을 찾았다가 의문이 들었다. 주문한 커피가 종이컵이 2개로 겹친 컵에 담겨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여왔지만 같은 일회용품인 종이컵은 왜 괜찮은 건지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시행해 실내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일회용품에는 플라스틱만 포함돼 종이컵은 단속 대상에서 빠졌다.

적발 시 과태료가 최대 200만원에 이르는 부담으로 카페 내에서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은 크게 줄었다. 올해 5월 기준 커피·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일회용컵 수거량이 지난해보다 72% 감소했다.

문제는 종이컵 사용이 늘었다는 점이다. 풍선효과의 일종이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와 중구의 카페 10곳을 둘러보니 4곳에서는 매장 안에서 머그잔이 아닌 종이컵에 음료를 담아줬다. 일부 카페는 종이컵 두개가 겹쳐 나오기도 했다. 음료를 담은 컵이 뜨거워서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2008년 140억개에 그쳤던 종이컵 사용량은 지난해 240억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용 종이컵은 수분으로 눅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쪽을 코팅 처리해 재활용도 쉽지 않다.

카페에서 종이컵 두개를 겹쳐 음료를 제공한 모습 / 사진=개별 SNS 캡처

손님들은 대체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김모씨(27)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실내에서는 머그잔을 쓰려고 노력해왔는데 카페에서 종이컵을 두 개나 줘서 당황했다"며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주원씨(23)도 "당연히 종이컵도 일회용품이라 사용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며 "머그잔을 사용하는 데 큰 불편을 못 느껴서 종이컵도 제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회용품 줄이기'의 나라로 실내에서 종이컵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용컵을 사용하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11년 만에 부활시키는 안이 논의 중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종이라서 쉽게 재활용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2008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실제로는 재활용이 잘 안 된다"며 "일회용 종이컵 사용은 사실 낭비이고 규제를 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