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말이면 충분해
굿마더 신드롬
굿마더 신드롬은 아이의 양말을 만든다.
디자이너는 아이를 낳고 좋은 엄마라는 프레임에 갇힌 과거의 자신을 생각하며 ‘굿마더 신드롬’이란 이름을 내걸었다.

장윤하
굿마더 신드롬 디자이너
Q. ‘양말은 신는 것이 아니라 입는 것이다’라고 소개 되어 있어요.
A. 좀 거창하게 보이는 문장이긴 한데, 이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굳이 입는 것이라고 표현을 한 건, 양말을 단순히 소모품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발을 보호하기 위해, 보온을 위해 신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요. 저희 제품이 패션 양말인 만큼 옷처럼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가끔 그런 분들이 있어요. “아이 양말인데 너무 비싸요.”, “양말을 이런 비용으로 사본 적이 없어서….” 보통 아이 옷을 구매하실 때보다 양말이란 이유로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양말도 옷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패션의 완성은 양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Q. 브랜드 이름이 참 독특해요. 어떻게 탄생한 이름인가요?
A. 딸 아이가 좋아하던 디즈니 주니어 <꼬마 의사 맥스터핀스> 에서 꼬마 의사 닥이 장난감들에 재미있는 병명을 붙여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예를 들면, ‘먼지폴폴증후군’은 곰돌이 인형에 먼지가 많아서 친구들이 자꾸 재채기를 해요. 그래서 꼬마 의사 닥이 세탁기에 곰돌이 인형을 빨아서 깨끗해졌고 친구들은 더는 재채기를 하지 않아요. 또 레이라는 로보트 장난감은 태엽이 고장이 나서 속도 조절이 안 되고 막뛰어가요. 그 고장을 진단하고 내린 병명이 ‘빨리빨리증후군’래요. ‘굿마더 신드롬’은 제가 진단 내린 제 병명이에요.
Q. 어떤 병(?)인지 궁금하네요.
A. ‘굿마더 신드롬’, 좋은 엄마 증후군이에요. 저는 오랜 시간 일을 하다 결혼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낯선 곳에서 육아를 하면서 사회가 규정지어놓은 좋은 엄마라는 프레임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가두고, 그 행렬 제일 앞에 서기 위해 스트레스받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사람이었어요. 엄마들은 대부분 이런 심리적 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Q. 힘든 상황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텐데, 브랜드 이름으로 정하게된 거네요.
A. 엄마들이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엄마가 되지 말자.’나 ‘무작정 내려놓자.’가 아니라 ‘좋은 엄마’의 의미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으면 했어요. 단순히 육아의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도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또 우리의 아이들은 육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에게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인가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이기도 해요. 저도 늘 이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많은 토론이 필요한 부분인 것같아요. 언젠가 고객과 생각을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도 마련 해보고 싶어요.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 이런 마음을 담은 메시지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싶었어요. 시즌마다 하나씩 정해서 생각의 틀을 조금씩 깨보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저희 고객이 대부분 엄마들일 테니까요.
Q. 요즘은 많은 부모가 육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느껴요. 엄마로서 그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A.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삶과 육아에 대한 철학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이 시대의 엄마들이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참 많이 생각했고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을 넘어 아이에게 어른이 되는 것, 당장 제 아이나 눈앞의 의식주만 해결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살아갈 이 사회를 바꾸는데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일, 그것이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아이의 양말을 만드는 일에 이렇게 많은 생각이 담긴 줄 몰랐어요.
A. 양말이 아닌 다른 분야였더라도 굿마더 신드롬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거예요. 위에서 말했듯 제품보다 메시지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더 흥분해서 이 일을 시작했는지도 몰라요.

Q. 시즌 3은 메탈사 소재가 주목을 받았어요. 시즌마다 소재와 콘셉트를 어떻게 구상하는지 궁금해요.
A. 시즌 1에서는 고급 울 원사로만, 시즌 2에서는 면 100% 원사로만 제작했고, 시즌 3은 면에 메탈사metalic yarn를 더했 어요. 디자이너로서 이런 말 하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저는 콘셉트를 따로 정해놓고 기획하진 않아요. 어쩌면 제 육아관과 연결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저희 제품도 아이들을 위한 것이잖아요. 어떤 틀 안에 맞춰서 만들고 싶진 않아요.
Q. 아이에게 영감을 얻은 디자인도 있나요?
A. 가끔 아이에게 신고 싶은 양말을 그려 보라고 해요. 그림 그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라 신나 하며 양말 그림을 그려요. 그렇게 탄생한 디자인도 있어요. 시즌2의 초콜릿 컬러 양말인데 반응도 좋았어요.
Q.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건가요, 어떤 아이로 크면 좋겠어요?
A.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요. 말 잘 듣는 착하 기만 한 아이 말고 합리적인 생각과 불의를 비판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한 삶을 즐기며 살면 좋겠고요.
Q. 굿마더 신드롬 중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양말은 무엇인가요?
A. “오늘은 이 양말이 좋겠어.” 하고 본인이 입은 옷에 맞춰서 양말을 골라와요. 방금 물어봤는데, 오렌지 멀티orange multi 양말이 좋대요.
글 김현지 사진 안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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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 Magazine vol.01 CLOT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