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잘 다녀올게.” 결혼을 하면 당연히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철없던 예상과는 달리 엄마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1년 만에 얻은 아이를 유산하고 직장 생활과 병원 진료를 병행했지만 임신은 쉽게 되지 않았고, 결국 휴직까지 하며 오로지 엄마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과 시간을 아이를 낳자 엄마가 되기 위해 했던 고군분투는 아이를 키우는 고군분투로 틈 없이 이어졌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코끝이 찡해졌다. 친정엄마마저 제정신이냐며 타박을 하는 마당에 며느리를 지지하며 흔쾌히 아이를 맡아주시는 시부모님이라니. 나만 귀여운 오르골 그리고… 아기 옷! 내 시선은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 아기 옷과 장난감에 멈췄다. 7박 9일만큼은 엄마라는 타이틀에서 자유로워지겠다던 의지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여행 내내 아기용품과 유모차, 엄마 품에 안긴 아이를 볼 하지만 내가 엄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스페인 거리에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많았다. 특히 바로셀로나에는 유모차에 아기를 앉힌 채 야외 테라스에서 와인 한 잔을 즐기거나 거리를 활보하는 엄마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는 엄마 혼자 유모차를 끌고 외출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이 크나큰 모험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엄마들이 태어난 지 엄마와 자유인, 그 사이 어디쯤에서 물론 여행을 한껏 즐기는 동안에도 ‘엄마’라는 정체성은 시시때때로 나를 찾아왔다. 틈날 때마다 아이를 찍어둔 동영상을 보며 웅장함과 정교함, 독창성에 압도당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도 불현듯 가족 생각이 났다.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딸과 홀로 집을 지키고 있을 남편, 선뜻 아이를 맡아주신 시부모님, 그리고 잔소리는 했지만 딸을 걱정하고 있을 친정엄마까지. 여행을 시작할 자유롭고 싶은 나와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는 나, 오로지 나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과 엄마로서의 본능은 그렇게 수시로 왔다 갔다 들었다. 무엇보다도 행복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즐기는 엄마를 보며, 내 딸 역시 그렇게 자라기를 바라니까. 엄마의 여행은 미래진행형 감격의 해후까지는 아니어도 “엄마”하며 안겨는 줄 줄 알았건만. 엄마 없이 잘 지내준 것에 감사하면서도 왠지 모를 서운함이 여행에서 돌아오자 정신없는 일상이 나를 두 팔 벌려 맞이했다. 복직과 함께 워킹맘의 세계에 입성, 엄마와 직장인으로서의 역할을 19개월 된 딸 세연이의 엄마이자 7급 공무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종종거리며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늘 떠날 준비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