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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 유아교육에 대한 독자의 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노래 부르는 엄마의 아이는 행복하다

김성은  에디터 한순호  포토그래퍼 강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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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손자 녀석이 말이 느려 걱정이에요. 우리 며느리가 말수가 워낙 적은 편인데다 아이와 놀아줄 때 아무 말 않고 놀아줘서 그런가봐요.”

손자가 아파 소아과에 왔다가 들렸다며 할머니가 상담을 청해 오셨다.(음악원과 소아과가 마주하고 있어 이렇게 갑작스레 이루어지는 상담이 많은 편이다). 할머니의 염려가 맞을지도 모른다. 언어학습은 충분한 노출을 통한 듣기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며느리도 자신의 성격 때문에 아이가 말이 늦는 것이 아닌가 싶어 나름 노력은 하지만 잘 되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고 하셨다. 결국, 다음 날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시 내원했다.


음악원에 온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악기들을 만져보고 소리 내 보고, 소리가 나면 엄마를 쳐다봤다. 바로 이때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아이는 생소한 물건과 새로운 상황을 판단한다. 엄마의 반응이 긍정적이면 ‘이건 가지고 놀아도 되겠구나’ ‘이런 소리를 엄마는 좋아하는구나’ 등의 생각을 하게 되고, 엄마의 반응이 부정적이면 ‘이건 별로 좋은 물건이 아니구나’ ‘엄마는 이런 소리를 싫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지율(가명)이의 엄마는 쳐다보는 지율이를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약간 끄덕여줬다. 지율이는 이내 악기를 내려놓고 다른 악기의 소리를 내며 또 엄마를 쳐다봤다. 여전히 엄마는 같은 반응이다. 이렇게 지율이의 악기 탐색은 빠른 시간에 끝났다. 나중에 상담하는 과정에서 지율이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분명히 끄덕여줬는데 지율이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에요.” 


이렇게 첫 만남을 하게 된 지율이가 일주일 후에 수업에 왔다. 지율이가 흔드는 에그셰이커에 맞춰 내가 “토실토실 아기 돼~~지~~~” 하며 노래를 불러주니 노래에 맞춰 열심히 흔든다. 한참을 흔들고 놀던 에그쉐이커를 놓고 레인메이커를 꺼내 든 지율이가 이번엔 엄마가 아닌 나를 쳐다본다. “시냇~물은 졸졸~~졸” 하고 불러주며 레인메이커를 한쪽으로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또 불러달라는 표현을 한다. 내가 “또 불러줄까요?”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시작된 놀이는 한참 동안 지속됐고, 결국 그날 지율이는 “또”라는 말을 소리 내어 말했다. 나와의 놀이를 지켜보던 지율이 엄마는 스스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지율이가 음악을 좋아하네요.” “저보다 선생님을 더 좋아하나봐요.” “이러면 금방 말을 배우겠어요.”


과묵한 엄마보다는 수다쟁이 엄마가 좋지만, 너무 수다스러운 엄마는 아이에게도 피곤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말수의 적고 많음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 간의 상호작용이다. 엄마가 말을 하면 아이가 반응하고, 아이가 반응하면 엄마가 그 반응을 또 보고 싶어서 말도 걸고, 흔들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 엄마의 시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고, 무반응인 것도 있다. 엄마의 시도로 아이가 세상을 배워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다른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보이는 반응을 통해 엄마가 아이와의 소통법을 깨쳐간다. 결국 아이가 자라는 것과 같은 속도로 엄마도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 중요한 과정에 지율이 엄마처럼 아이에게 어떤 자극을 주어야 좋을지 모르겠거나, 알아도 막상 하려니 쑥스럽고 어색한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 좋다. 


사실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을 잘 주는 엄마에게도 하루 종일 아이와 대화하고 반응을 하는 일은 피로한 일이다. 어떨 때는 내가 혼자 뭐하나 싶기도 하고, 많이 외롭고 지친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를 떼어 놓는 것도 못할 노릇이다. 어린 연령일수록 엄마와 아이는 한 몸인 듯 한 몸 아닌 상태다. 아이가 엄마 냄새, 엄마 소리를 끊임없이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상황에서 노래는 꽤나 도움이 된다. 흥얼흥얼 노래하며 엄마가 여전히 아기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소리로 알려주면 아기는 훨씬 안정감을 느낀다. 엄마의 입장에서도 말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보다 노래가 훨씬 쉬운 일이다. 


아이에게 노래를 많이 불러주는 게 얼마나 좋은가에 관해 강연을 마치고 나면 자신이 음치라서, 음악성이 없어서 오히려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걱정이라고 질문하는 엄마가 꼭 있다. 답은 걱정할 필요 없으니 충분히 불러주라는 거다. 왜냐하면 아이는 엄마의 노래를 음악으로 듣는 것이 아니고 엄마의 마음으로 듣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그저 엄마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몸짓이 필요하다.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지는 도구’라는 뜻이다. 음악은 소리의 높고-낮음, 길고-짧음, 크고-작음 등 대비되는 것들의 연속이다. 이 소리 몇 개가 모여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난 연주도 정서적 의미가 빠져 있으면 감동적인 연주가 될 수 없다. 엄마가 불러주는 노래에는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래서 엄마의 노래는 그래서 세상 그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답다. 물론 아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자라는 아이의 마음도 행복하다. 


자, 이제 엄마, 아빠가 언제 어떤 노래를 불러주면 좋을지 구체적인 예가 있었으면 할 거다. 엄마, 아빠가 즐겁게 잘 부르는 노래, 아이가 듣고 좋아하는 노래면 된다. 우선은 아기가 처음 배우는 엄마, 아빠, 맘마 등의 단어가 포함된 동요나 아기들이 좋아하는 의성어나 의태어가 포함된 동요로 시작해보자. 말수가 적어 고민인 엄마에게 노래는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될 것이고, 수다쟁이 엄마의 노래는 엄마와 아이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여하튼 노래에는 부작용이 없다. 음악처럼 나누기 좋은 것도 없다. 



김성은

생활 속에 녹아 든 자연스러운 음악이 풍요로운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이상주의자. 김성은발달음악연구원을 운영하며, 아이의 정서 안정과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음악활동법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엄마가 만들었다>의 저자다.

2015.12.29 오전 12:00:00
행복을 키우는 영유아 교육라이프 매거진 - 폴라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