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미르재단이 기업으로부터 5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받고 출범한 뒤, 제대로 된 사업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습니다.
또 기금 유용이 가능하도록 이상한 재무구조를 만든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손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단 하루 만에 허가를 받아 초고속으로 출범한 미르 재단.
당시 재단 추천으로 이사로 합류했던 김영석 씨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사업이 전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영석(전 미르재단 이사) : "새로운 안건들이 올라와 빨리 진행돼야 하는데 안 되니까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올해 7월까지 6차례 열린 이사회에서는 부실한 정관을 고치는 일만 반복했다고 증언합니다.
또 프랑스 요리학교인 에콜페랑디와의 업무 협약 등도 이사회에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녹취> 김영석(전 미르재단 이사) : "이사장이 파리 갔다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코리아에이드나 케이밀 사업 들어본 적 없으세요?) 없습니다."
재단의 일은 모두 이성한 전 사무총장과 이한선 전 상임이사 등 차은택 씨 측근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미르재단의 비정상적인 운영과 재무구조는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익 법인은 보통 재단 기금의 유용을 막기 위해 일부를 '기본재산'으로 분류해 사용을 제한합니다.
그런데 미르재단은 기금의 20% 가량만 '기본재산'으로 분류하고 그나마 '일시적 제약'이란 단서를 달아서 유용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80% 돈은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보통재산'으로 분류해 얼마든지 빼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대기업에서 받은 거액의 기부금으로 출범한 미르재단은 한 순간에 허물어질 수 있는 모래성 구조였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