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rnate Chosun.com [RSS] [터치! 코리아] '官製 봉준호 만들기'는 처음부터 이상했다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100자평 0 페이스북 0 트위터 0 더보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 이메일로 기사공유 입력 : 2016.10.29 03:46 美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保守를 대표하는 명품 문화인 한국엔 보수의 목소리 낼 인물도 문화적 토대도 빈약해 박근혜 정부 좌우 균형 위해 보수 콘텐츠 육성 지원했지만 기이한 '사이비' 콘텐츠 로 귀결돼 官製 문화 생산 시도, 실패할 뿐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박은주 디지털뉴스본부 부본부장 보수층에겐 이런 고민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감독이 우리에게는 왜 없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한낱 총잡이 영화가 아니다. 그의 영화에는 보수주의자의 시대적 고민 같은 것이 녹아있다. 이를테면, 부패한 경관이었지만 반성을 모르는 살인자를 '사적(私的)'으로 처단하는 영화 '더 티 해리'에 그는 배우로 출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죽은 피해자보다 살아 있는 가해자의 인권을 더 우대하는 미국의 법은 공정한가 묻고 싶었다"고 했 다. 감독이 된 후 그는 가족의 문제, 국가의 정의를 보수적 시각으로 풀어냈 고, 대중은 호응했다. 할리우드에서 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그 를 무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박근혜 정부가 내건 캐치프레이즈 '문화 융성'은 이런 염원에서 출발했을 것 이다. '대한민국을 긍정하고, 보수의 시각으로 가치 있는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을 지원하자.' 한마디로 '우파의 봉준호'를 꿈꿨던 것이다. 정부가 전경련을 앞세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양복 입은 권력 삐끼들'에게 갈취당한 기업들이 슬슬 '실토' 를 시작했다. 언론이 이만큼 했으면 이제 검찰이 '최순실이 뭘, 어떻게 해먹 었나'를 밝혀야 한다. 더 궁금한 게 있다. 대통령은 대체 왜? "순실이에게 재단 하나 만들어줘야겠어요" 했을 대통령은 아니다. 이런 대의 명분을 찾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보수 재집권이 필요하고, 문 화 쪽에도 좌·우 균형이 맞아야 하고, 그러려면 한민족으로서 자긍심이 커 져야 하고, 그 전제로 몸과 마음도 건전해야 하고….' 그러나 이 정부에서 '문화 융성' '우파 문화 전사 양성'은 매우 '사이키델 릭'한 형태로 나타났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져" "역사를 바로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 같은 발언에 앞서 대통령은 2013 년 광복절 축사에서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 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라 말했다. 이암은 '환단고기' 중 '단군세기'를 썼다. 이 책의 개략적 전제는 1만년 전 단군의 할아버지인 환 인이 세운 나라가 연방을 형성했다는 것인데, 제도권 사학자 대부분은 이 책 을 위서(僞書)라고 본다. 오히려 소수 종교에서 더 많이 인용된다. 제도권 역사학자들이 뜨악해했다. 우연의 일치랄까, 대통령 연설 이듬해부터 정부는 역사 연구에 40억원 예산을 추가 배정했고, 그중 상당액을 상고사 연구에 투 입하겠다고 했다. '민족 자긍심'을 높인다며 반색하는 쪽도 있지만, 적잖은 사학 원로들이 '권력과 사이비 역사관의 결합'이라 비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 기장에서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 생활체조 '늘품건강체조' 시연 을 참관한 후 동작을 배우고 있다. /뉴시스 국어사전은 '늘품'을 '앞으로 좋게 발전할 품성'이라고 풀어놨다. 그런데 정 부가 밀고 있는 '늘품 체조'는 한마디로 뭐 하는 짓인지 모를 체조다. 미스 코리아 출신 헬스 트레이너가 만들고, CF 감독 차은택이 낙점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시연했다. 체조 개발에만 예산 3억원이 넘게 들었다. 한참 전, 낯 선 체조가 TV에서 나오기에 따라 해봤더니 지루하면서도 몸에 부담이 적잖았 다. 차라리 예전 '국민 체조'가 몸도 잘 풀리고 신났다. 무엇보다 이런 '집 단 체조'는 시대 역행적이다. '국민 체조'는 일본·독일처럼 '파시즘'이 발 호했던 나라가 선호했던 방식이다. 당연히 돈만 날린 꼴이 됐다. 이 정부의 '보수 콘텐츠 만들기'는 사람을 갈아치우고, 돈을 쏟아붓고, '우 주의 기운'을 동원해도 결과가 영 신통찮다. 대중이 호응할 '보수의 진짜 가 치'를 담는 콘텐츠 대신 기원(起源)이 묘한 결과물만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관제(官製) 문화 양성' 전략은 총체적 난국이 됐다. '관제 문화'를 넋 놓고 받아들일 국민도 별로 없다.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길로 접어든 것은 결코 기이한 일도, 최순실 죄만도 아니다. Copyright ⓒ 조선일보 Chosun.com · 제휴안내· 구독신청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